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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이문정 평론가의 더 갤러리 (60) 작가 김시하] “낯선 오브제로 공간 변형시켜 작품 아닌 감각을 제시”
    작성자 FACO예술인복지몰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21-01-26 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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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





    [이문정 평론가의 더 갤러리 (60) 작가 김시하] “낯선 오브제로 공간 변형시켜 작품 아닌 감각을 제시”

    - 얼마 전 종료된 개인전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작년 10월부터 약 두 달간 씨알콜렉티브에서 개인전 ‘Burn’(2020)을 열었다. 전시에 관한 소개를 부탁한다.
    전시 ‘Burn’에서 소개한 작업은 대략 2년 전부터 구상한 것이다. 

    당시 아마존이나 열대 우림이 계속 불타고 있었고, 우리나라도 강원도 고성에서 산불이 있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그와 관련된 장면을 접한 뒤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일궈놓은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다 사라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 머리에 각인되었다. 

    내가 느꼈던 황폐함, 허무 같은 것들을 작품으로 표현해 공유하고 싶어 계획하게 되었다. 

    작업을 진행하는 중에 아마존뿐 아니라 호주, 캘리포니아에서도 큰 산불이 일어나 감정적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또 하나 더해진 것은 폭력이다. 불타는 집의 모양으로 제작된 네온을 이번 전시의 상징으로 삼았다. 

    집에서 사소한 불씨가 되는 말이나 행동 때문에 사건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 그 모든 상황이 다 휩쓸고 지나간 상태, 그 폭력적인 상황과 정서를 연출한 것이 이번 전시이다. 굉장히 평온한 상황에서 불씨 하나가 던져져 사건은 확대되고 정점에 도달한 뒤 사그라든다. 

    불탄 후의 잔해와 같은 설치물들이 놓인 전시장에는 내가 직접 쓴 텍스트를 낭독하는 나의 목소리가 들리고, 네온은 일정한 간격으로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한다. 나는 내 작품을 설명할 때 무대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관객들이 배우라면 나의 설치물(오브제)이 놓인 공간은 작품이자 하나의 무대가 된다. 여러 요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시 전체가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작품과 같다. 


    - 전시 ‘Burn’에서 소개된 작품뿐 아니라 초기작에서부터 ‘근친상간의 집’, ‘무대 위의 쌍둥이’ 시리즈 등에 이르기까지 나무 혹은 꽃 등의 식물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작가에게 식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또 내가 사는 곳의 바로 뒤편이 숲이다. 

    그러다 보니 베어지고 죽어가는 나무나 식물들을 목격하는 일이 많다. 

    나에게 식물은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 상징물인 것 같다. 식물이나 동물을 보면서 같은 생명체로서 동질감을 느낀다고 할 수도 있겠다. 

    참고로 나의 작품에 사용되는 나무들은 모두 전원주택지나 개간지에서 벌목된 것들이다. 


    - 작품의 제목이 은유적이다. ‘Future Garden’, ‘Artist’s Garden’에 등장하는 정원은 인위적인 자연이어서 진짜 자연과는 다르다. 한편으로는 가꾸고 경작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도 같다. 어느 쪽에 가까운가?
    둘 다 맞는 것 같다. 해당 작업을 진행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는 진짜와 가짜,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처럼 양가성, 양면성에 관심이 많았다. ‘garden’이란 제목의 작품에는 진짜 식물과 조화, 즉 진짜와 가짜를 교묘하게 섞어 두었다. 한편 정원은 무언가를 꾸미고 가꾸는 장소인데 실제 우리의 삶에선 망가뜨리는 게 더 쉬움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 김시하의 설치 작업의 첫인상은 장중함이다. 또한 설치에서부터 사진 작업에 이르기까지 시각적으로 현대적인 동시에 고전적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 색조나 분위기 등에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i Tarkovsky)의 영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작품을 통해 시각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혹은 지속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있는가?
    나는 보통 특정한 장면을 머릿속에 각인시켜 놓고 거기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완성된 나의 작품을 어떤 각도에서 보든 풍경 같고 사진 같은 느낌이 든다. 

    사진 작업의 경우, 촬영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 같은 효과를 내도록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번 전시를 보고 타르코프스키나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이야기를 하는 분이 많았다. 

    특히 시각적인 부분에서 비슷한 감성을 느끼시는 것 같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는 대학교 때 본 것이 전부인데 이번 전시 후에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체제에 대한 반항을 다루는 작가는 아니지만, (예술)생태계에 대한 불안감 같은 현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론적으로 이어지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내 작품을 긴 장편, 하나로 이어진 장편 서사극이라 이야기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의 모든 작품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서사극이다. 

    그래서 클래식하고 장중한 느낌을 전달받지 않았을까 싶다.

    - 작가 김시하에게는 전시가 진행되는 특정한 공간에 위치한 작품이라는 상황이 특히 중요하다. 작품을 설치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것이 어디가 되었든 나에게는 오브제가 설치되는 공간을 포함한 전부가 작품이다. 

    단순히 어떤 공간에 작품을 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가져간 오브제가 공간에 결합되면서 작품이 완성되는 거다. 

    그래서 나는 전시를 위해 가져간, 다른 사람들은 작품이라고 부를만한 사물들을 작품이 아니라 설치물 또는 오브제라고 부른다. 

    그 오브제들은 공간을 만나기 전에는 작품이 아니다. 그래서 사전에 전체 공간의 구성이나 

    재료와 오브제를 철저히 준비함에도 전시 현장에 반응하며 많은 부분이 바뀐다. 그래서 오히려 작가의 ‘감’, ‘현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보통의 작품은 완성되면 전시장에 놓인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전시되는 작품이 100%만큼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나의 작품은 60%~70% 정도에 머무른다. 

    열린 결말보다 더 열어놓는 것이라 보면 된다. 따라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끝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연적이다. 

    더 많은 부분을 관객들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나에게 빈 공간은 작품이기도 하고, 작품이 놓이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야기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영역이기도 하다.

    - 네온은 불탄 후의 잔해와는 대비되는 불의 상징이다. 그것은 위협적이지도 않고 매우 감각적이며 이미지로서의 불이다. 김시하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네온이나 전구 같은 인공의 빛은 꺼지지 않는 불(빛)인 동시에 색채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불빛의 분위기는 사진 작업 ‘Red Stage’, ‘Holiday’에서도 찾아진다. 불(빛)의 사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빛이나 색채는 극적인 효과를 내는 탁월한 매체인 것 같다. 

    나의 심리를 대변하기에 적합한 소재이자 재료이다. 나아가 시간성, 공간성까지 모두 담아내는 소재가 빛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네온이나 전구 등의 조명을 사용한다. 햇빛의 영향을 받는 장소에도 조명을 설치할 때가 있는데 이 경우 조명의 빛이 낮에는 잘 보이지 않고 어두워져야 표현이 잘 된다는 것을 감안하며 진행한다. 

    낮에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그 불빛이 잘 안 보이지만 밤이 될수록 빛은 세지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강한 빛을 볼 것이다. 

    올해 첫 전시로 독산동의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에서 열리는 그룹전 ‘속도와 무게의 균형’에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는데, 그 작품에서도 빛이 중요한 요소이지만 낮에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빛은 오후 4시를 넘어가면서부터 잘 보인다. 

    나는 이것 또한 작품의 부분이라고 여긴다. 빛의 색채는 주로 붉은 계열을 많이 사용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번 개인전은 ‘Burn’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붉은색을 사용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개인적으로 태양이나 불을 좋아해서 붉은색을 쓰는 것도 같다. 


    - 본인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작품을 낯설어 하는 관객에게 감상을 위한 노하우를 알려준다면?
    사람들은 신선한 것을 좋아하지만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 신선한 것은 일상의 친근한 것에서 살짝만 바뀐 무언가이다. 

    그와 달리 낯선 것은 존재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사람들은 영화 속 외계인을 만들 때조차 낯선 것이 아니라 신선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인간의 모습을 닮게 묘사한다. 

    여하튼 낯선 것은 불편할 수도 있고 무서운 것, 두려운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런 낯선 것을 보러 온 분들은 용기 있는 관객이라 생각한다. 

    이왕 용기를 냈다면 그것을 충분히 즐겼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선 전시장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있다.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하면 언젠가 낯설었던 것들이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것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후엔 전혀 다른 미지의 세계가 열리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나의 작품은 관객들이 즐기고 놀다 가는 무대와 같다. 

    무대와 같은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전시 기간 중에 배우나 무용수와 협업을 하면 어떻겠냐는 요청이 꽤 자주 들어온다. 

    그러나 나는 여태까지 그와 같은 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특정한 누군가가 주인공이 되면 이야기가 구체화되어 한정될 테고, 나의 작품(무대)이 그 사람만을 위한 배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관객에게 주인공이 될 기회를 주고 싶다. 누구나 주연 배우가 되어 행동하고 느꼈으면 좋겠다. 


    -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나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내가 작업을 통해 근본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감각이다. 

    무언가를 이렇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담아냈다가 아니라 낯선 설치물, 오브제를 통해 공간을 변형시켜 감각을 다루는 작업이다. 

    나는 상황이나 정서를 만들어내는 작가이다. 그런 정서는 내가 느끼는 감각인 동시에 많은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고 느끼는 감각이다. 

    단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그런 감각을 되살릴 장을 만들고 함께 느낄 수 있는 작업을 제시한다. 

    내가 사용하는 재료나 오브제, 담아내는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감각을 일으키는 작업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들면 어려울 것이다.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냥 보면 된다. 숲을 볼 땐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나의 작품도 그런 방식으로 오래 바라봐주면 좋겠다. 

    첨부파일 오브제5.jpg , 오브제1.jpg , 오브제2.jpg , 오브제3.jpg , 오브제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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